가계부는 재테크의 필수일까 : 지출만 나열하는 가계부는 무의미하다
어린시절 용돈 기입장이라는 것을 사용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누군가 시켜서도 아니고, 절약하고자 했던 마음에서도 아니고, 작은 것 하나도 기록을 하는 친구의 모습이 그저 멋있어 보여서 친구를 따라 용도 기입장을 구입하여 작성했던 적이 있었다. 사실, 당시에는 주기적인 수입원인 용돈을 받고 있지도 않았는데, 주객이 전도되어 용돈 기입장을 쓰기 위해서 주단위의 용돈을 요구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나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서 시작하지 않은 일이 어떻게 오래갈 수 있었겠는가!
올바른 금융습관을 형성할 수 있을 만큼, 돈에 대한 소소한 깨달음을 얻을 만큼, 나는 용돈 기입장을 오래 붙들고 있지는 못했었던 것 같다.
가계부 쓰기, 항상 중요에 포기하게 되는 이유
내게는 용돈 기입장의 어른 버전인 가계부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참으로 다양한 형식의 가계부를 사용했었다.
예쁘게 생긴 다이어리처럼 생긴 수첩형 가계부를 시작으로, 엑셀로 만들어진 가계부를 오래도 이용했었고, 자동화가 필요하겠다 싶어 가계부 앱을 다운받아서 사용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참으로 오랜시간 가계부를 작성하고자 시도하고, 기록하고자 노력했음에도 한가지를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늘 중도에서 멈추게 되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단순하게 지출, 즉 소비에 대한 기록에 의존하는 가계부를 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계부는 수입과 기출을 중심으로 재산의 증가와 감소를 기록하는 장부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껏 수입과 지출의 항목을 단순하게 기록하는 것에만 집중하여 실질적으로 이 기록이 어떤 결과를 가져와 주는지, 자산의 증가와 감소에 대해서는 생각하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 기록의 행위만 있었을 뿐 이 행위가 야기해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필요한 부분에만 소비를 하고 있다는 자기 합리화와 결국 이걸 왜 작성해야 할까하는 가계부의 무의미함에 다다르게 되었던 것 같다.
의미있는 가계부 쓰기, 기록의 순간이 아닌 기록의 시작과 결과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나와 같이 가계부를 오늘의 수입과 지출에만 너무 집중하여 작성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았음 한다.
가계부는 오늘 나의 자산 유출입에 대한 기록을 넘어 절약의 기초 자료가 되어야 하고, 자산의 증축하기 위한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기록의 과정만이 아니라 그 전후의 과정에도 집중을 해야한다.
1. 가계부 작성을 시작하기 전, 예산 설정은 필수이다.
소비에 범위를 정해놓지 않으면, 모든 소비가 필수이고 합리적이라고 착각을 하게 되기 쉽다.
누군가는 소비를 할때 3번 생각한다고 했다.
"첫째는 예산이 있는가? 둘째는 없어서는 안되는가? 그리고 마지막은 대체제는 없는가?"
그 시작에 있는 예산조차 세워놓지 않았다면 세어나가는 돈을 어떤 근거로 잡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도 예산에 대한 기준없이 지출되는 자금에 대한 기록에만 의미를 두고 가계부를 작성할 때는 소비에 대한 통제도 할 수가 없었고, 가계부를 쓴다는 사실 자체가 시간이 지날수록 귀찮은 일 중의 하나로 여겨지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현재는 매월 초에 한달을 기준으로 저축성, 필수성, 소비성의 영역으로 나눠 예산을 설정하고 있다.
저축성에는 예·적금, 연금, 예비비 그리고 대출상환금의 세부항목을 넣었고,
필수성에는 공과금, 교통비, 관리비, 보험료 그리고 대출이자를 넣어 놓았다.
그리고 소비성에는 식비, 꾸밈비, 의료비, 문화비 그리고 기타 숨쉬기비를 카테고리로 넣었다.
중요한 것은 나의 기준에서 각 영역별로 한달동안 사용 가능한 금액의 범위를 설정해 보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보는 것이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자금이 오직 그 범위안에서만 있다고 생각하여 소비를 통제하고 있다.
재테크 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할 때 많은 이들이 선저축, 후소비를 말한다. 예산을 미리 설정하고 이 자금뿐이 없다는 전제하에 지출을 한다면, 이 선저축, 후소비의 효과 또한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 가계부 작성 후, 한달 단위로 결산의 시간이 필요하다.
큰 기업에서부터 작은 모임에 이르기까지 내부에 자금의 흐름이 있는 경우라면, 항상 결산이라는 절차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결산은 외부인들에게 기업의 가치를 알려주는 척도가 되기도 하고, 작은 모임에서는 구성원들 사이에 신뢰를 쌓게 하는 증명 자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가계부는 오직 나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정보도, 신뢰도 생략해 버리기가 일쑤인 것 같다.
한달 내내 나라는 사람에 대한 실질적인 재정자료를 열심히 만들어 놓고 이를 활용하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한달 동안 예산의 범위안에서 지출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초과지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영역은 있었는지,
초과지출을 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소비를 통제하여 잔액을 남겨 추가 저축을 할 수 있었던 부분은 있었는지,
또한 충분히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영역에 지출을 한 것에 대해 반성할 영역은 없는지
당월에 수입과 지출로 인해서 나의 실제 자산은 얼마만큼의 변동이 있었는지
요즘은 과거에 비해 가계부 앱이 정말 다양하고 실용적으로 많이 나오고 있다. 나도 매번 마음먹고 열어야만 하는 엑셀을 벗어나접근성이 용이한 가계부 앱을 다운받아 사용하고 있다. 앱의 장점 중의 하나는 특별하게 서식을 넣는 기초작업을 하지 않아도 한달간 통계자료를 시각화하여 제공해 준다는 점이다.
이 자료를 통해 나는 한달 단위의 자금 결산을 잊지않고 하려도 노력하는 중이다.
가계부는 단순히 오늘의 기록이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내일을 대비하는 중요한 자산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계부 작성이 늘 한달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면, 예산 설정과 결산의 과정을 한번쯤 시도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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